ESG 채권이란 무엇인가?

ESG 채권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특별한 채권입니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조달된 자금이 반드시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녹색채권은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고, 사회적채권은 사회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며,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기관이 사전에 정한 지속가능(ESG)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재무적 및/또는 구조적 특성이 변경될 수 있는 채권입니다.

쉽게 말해, 기업이 “우리는 이 돈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짓겠습니다” 또는 “저소득층 주거 개선 사업에 투자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며 발행하는 채권이 바로 ESG 채권입니다.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동시에 지구환경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 ‘착한 투자’의 대표적 수단으로 각광받아 왔습니다.

폭발적 성장에서 조정기로: 글로벌 시장의 변화

지난 몇 년간 ESG 채권 시장은 눈부신 성장을 보여왔습니다. 국내 ESG 채권 발행금액은 지난 2018년 1조 5000억원에서 2021년 6월 18일 기준 123조 5403억원 가량으로 급증했습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전세계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5400억달러(약 746조원)로 전년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전 세계 ESG채권 시장에 막대한 자금 공급이 있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발생한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자금 조달 비용 상승 등의 요인으로 시장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한계입니다. 기업들은 자금을 할당할 새로운 친환경 프로젝트 마련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ESG채권 발행은 기존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인해 둔화될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이는 ESG 채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초기의 무분별한 발행에서 벗어나 보다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시장의 현실: 공기업 중심 구조와 그 한계

국내 ESG 채권 시장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구조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장종목수는 2,213 종목이며, 상장잔액은 259.2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발행기관은 262사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발행 주체별로 보면 공기업이 79.7%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비중은 13.6%, 민간기업의 비중은 6.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ESG 채권의 본래 취지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발행하는 ESG채권은 기존의 고유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에 ESG인증을 받는 방식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발행 규모에 비해 실질적인 사회적책임투자 제고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하고 있던 사업에 ESG 라벨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반면 민간기업들은 다른 접근을 보입니다. 민간부문의 ESG채권은 지속가능채권(41.7%)과 녹색채권(38.7%)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조정의 신호들: 감소하는 발행량과 사라진 프리미엄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변화의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ESG 채권 발행 규모는 64조7190억 원으로, 전년(75조9500억 원)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녹색채권 발행은 1조원가량 늘었지만, 사회적 채권은 11조 원이나 줄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기업들의 인식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ESG 경영 명분을 내세우며 유행처럼 ESG 채권을 발행했지만, 이제는 실익이 줄어들면서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ESG 채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였던 금리 메리트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행된 ESG 공모채는 개별·등급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조달금리가 형성됐으나, 올 들어 ESG프리미엄은 실종됐습니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으로 ESG 채권을 발행했던 일부 기업들이 자금을 다 사용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며 “ESG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정해진 용도로만 써야 하는데, 친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가 줄면서 집행이 지연되고 있는 곳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의 각성: 품질에 대한 요구 증가

시장의 조정과 함께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품질을 중시하고, 잠재적인 그린워싱에 대한 리스크를 경계하며, 기업의 ESG 신뢰성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지표를 찾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ESG라는 이름만으로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기업은 곧바로 ESG 채권 발행에 돌입하기보다는 먼저 시간을 들여 견고한 지속가능금융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세부적인 방법론, 전환 계획 및 보고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형식적인 ESG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지표가 구체화될수록, 기업들의 ESG보고와 공시가 늘어날수록 그린워싱을 피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강화되면서 ESG 임팩트 투자자들의 투자는 더욱 선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능성: 지속가능연계채권의 부상

시장 조정 국면에서도 새로운 기회는 존재합니다. 특히 지속가능연계채권ESG 채권의 진화된 형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의 경우 겨우 2년전에 등장하여 이제는 1500억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채권의 혁신성은 성과 연동 구조에 있습니다. 기업이 설정한 ESG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기업의 실질적인 ESG 성과 개선을 유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ESG’에 부합하는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 지원과 규제의 균형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정부는 ESG 채권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금융위원회, 환경산업기술원, 한국거래소가 공동 제정한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통해 표준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환경부로부터 연 0.2%의 이자 지원을 받아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는 이차보전사업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ESG채권 인증제도를 강화하고, ESG채권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는 한편 발행채권의 법적·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체계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전환점에 선 ESG 채권 시장의 미래

현재 ESG 채권 시장은 명확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2024년 글로벌 기업의 ESG채권에 유로 유입은 약 EUR 900억(한화 약 127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중에서 녹색채권이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질적 변화입니다.

앞으로의 ESG 채권 시장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내실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히 ESG 라벨을 붙인 채권이 아닌, 실제로 환경과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에 자금이 집중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규모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ESG 채권 시장의 지속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결국 ESG 채권이 진정한 의미에서 ‘착한 투자’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정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SG 채권 시장의 미래는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지속가능성 목표를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형식보다는 실질,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성숙한 시장으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ESG 채권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적인 금융 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