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전환계획(Transition Plan) 수립 방법
9월 30일, 2025 | 10분 읽기
2024년 들어 기후대응 전환계획(Climate Transition Plan)이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한국도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유가증권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ISSB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기후 전환계획은 단순히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기업이 저탄소 경제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전략적 로드맵입니다.
1. 기후대응 전환계획이란?
정의와 목적
기후대응 전환계획은 조직이 기존 자산, 운영, 전체 비즈니스 모델을 1.5°C 목표에 부합하는 궤도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시한부 행동계획입니다.
핵심 목적:
- 1.5°C 목표 달성: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 저탄소 경제에서의 수익성과 경쟁력 유지
- 리스크 관리: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전환 리스크 대응
- 기회 창출: 새로운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개척
왜 지금 중요한가?
- 규제 환경 변화: 2025년부터 의무공시가 시작되며, EU, 영국 등 주요국에서 이미 의무화 추진
- 투자자 요구 증가: 투자자의 50% 이상이 2024년 지속가능 투자를 확대할 계획
- 경쟁우위 확보: 선제적 대응을 통한 규제 대응 역량 강화 및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 구축
2. 신뢰할 수 있는 전환계획의 6원칙
CDP에서 제시한 신뢰할 수 있는 기후 전환계획의 6가지 핵심 원칙은 단순히 체크박스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조직 전체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가이드라인입니다.
1. 책임성 (Accountability)
이사회와 경영진의 명확한 역할 정의, 성과 연동 인센티브, 정기적 보고 체계 구축
2. 내부 일관성 (Internally Coherent)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과 전략에 기후 관점 통합, 전사적 협력 체계 구축
3. 미래지향성 (Forward Looking)
2050년 넷제로를 향한 장기 비전과 2030년까지의 긴급한 단기 실행계획 수립
4. 시한 설정과 정량화 (Time-bound and Quantitative)
구체적인 시점과 측정 가능한 목표, 연도별 마일스톤 설정
5. 유연성과 대응성 (Flexible and Responsive)
기술 발전과 정책 변화에 대한 적응 체계, 정기적 계획 검토 및 업데이트
6. 완전성 (Complete)
전체 조직과 가치사슬을 포괄하는 완전한 범위, Scope 1, 2, 3 모든 배출원 포함
3. 전환계획의 8가지 핵심 요소
1️⃣ 거버넌스 (Governance)
기후 전환은 기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므로 최고 의사결정 단위부터 현장 실무진까지 모든 레벨에서 명확한 역할과 책임이 정의되어야 합니다.
- 이사회 차원: 기후 전환계획 승인 절차, 기후 전문성 확보, 분기별 성과 보고
- 경영진: CEO/C-level 기후 책임 명확화, 전담 조직 구성, 성과 연동 인센티브
- 실무진: 부서별 담당자 지정, 정기 회의 운영, 표준화된 의사결정 프로세스
2️⃣ 시나리오 분석 (Scenario Analysis)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도구로, 다양한 기후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을 미리 검토하고 대비책을 마련합니다.
- 시나리오 설정: 1.5°C, 2°C, 3°C+ 시나리오 활용
- 분석 방법: 탄소가격, 에너지 비용 등 정량적 분석과 시장 변화 등 정성적 분석
- 결과 활용: 우선순위 설정, 투자 의사결정, 리스크 관리 전략 수립
3️⃣ 재무계획 (Financial Planning)
기후 전환은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창출합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있게 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투자계획: 저탄소 설비,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CAPEX 및 탄소세, 친환경 원료 OPEX
- 수익모델: 고탄소 사업 축소, 저탄소 제품/서비스 확대, 친환경 공급망 구축
- 재무목표: 기후 투자 비중, 녹색매출 비중, 탄소집약도 개선 목표 설정
4️⃣ 가치사슬 참여 및 저탄소 이니셔티브
대부분 기업에서 Scope 3 배출이 전체의 70-90%를 차지하므로 가치사슬 전체의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 공급업체: 탄소 성과 평가, 교육/지원 프로그램, 계약 조건 반영
- 고객: 탄소 감축 기여 제품 개발, 사용단계 관리, 탄소발자국 정보 제공
- 직접운영: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도입, 공정 최적화
5️⃣ 정책 참여 (Policy Engagement)
기업의 기후 전환 성공은 정책 환경에 크게 좌우되므로 일관된 정책 참여가 필요합니다.
- 일관성 확보: 로비 활동, 업계 단체 활동, 정치적 기부의 기후 목표와의 일치성 점검
- 적극적 참여: 친기후 정책 지지, 산업 표준 개발, 국제 이니셔티브 참여
6️⃣ 리스크와 기회 (Risks & Opportunities)
기후 변화는 리스크이면서 동시에 기회입니다. 각각의 재무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 전환 리스크: 정책, 시장, 기술 리스크 관리
- 물리적 리스크: 급성(극한기후) 및 만성(장기변화) 리스크 적응
- 기회 창출: 자원 효율성, 에너지원 전환, 새로운 시장, 회복력 강화
7️⃣ 목표 설정 (Targets)
과학기반 목표(SBT)는 기후과학이 제시하는 1.5°C 목표에 부합하는 감축 경로를 제시합니다.
- 과학기반 목표: 2030년 Scope 1+2 50% 감축, Scope 3 주요 카테고리별 목표, 2050년 넷제로
- 목표 유형: 절대량 목표(권장), 집약도 목표(보조), 기타 목표(재생에너지 비율 등)
- 검증: SBTi, K-SBT 등 외부 검증, 5년마다 갱신, 연간 진행상황 추적
8️⃣ 배출량 산정 및 검증
정확한 배출량 산정과 검증은 모든 기후 활동의 기초입니다. 지속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 전체 배출량: Scope 1(직접), Scope 2(구매전력), Scope 3(가치사슬) 산정
- 데이터 품질: 완전성, 정확성, 투명성, 일관성 확보
- 제3자 검증: 연간 검증 실시, 검증 의견서 공개
4. 단계별 수립 프로세스
전환계획 수립은 체계적인 5단계 프로세스를 따라 진행하면 효율적입니다. 전체 과정에는 10-12개월이 소요됩니다.
1단계: 현황 진단 및 준비 (2-3개월)
정확한 현황 파악과 추진 체계 구축이 핵심입니다.
- 기초 데이터: 최근 3년간 배출량 산정, 에너지/연료 사용량 수집
- 조직 구축: TF 구성, 외부 전문가 선정, 일정/예산 확정
- 벤치마킹: 동종업계 모범사례 분석, 탈탄소 기술 동향 파악
2단계: 시나리오 분석 및 전략 방향 설정 (2-3개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전략 방향을 설정합니다.
- 시나리오 분석: 1.5°C, 2°C, 3°C+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
- 중요성 평가: 기후 리스크/기회 및 Scope 3 카테고리별 중요성 평가
- 전략 설정: 비즈니스 모델 전환 방향, 투자 우선순위, 장기 비전 결정
3단계: 상세 실행계획 수립 (3-4개월)
추상적인 목표를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세분화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 감축 로드맵: 연도별/부문별 감축 계획, 기술별 기여도 산정
- 재무계획: CAPEX/OPEX 계획, 매출 구조 변화, KPI 설정
- 실행 체계: 부서별 역할 배분, 모니터링 체계, 커뮤니케이션 계획
4단계: 승인 및 공개 (1-2개월)
조직 전체가 전환계획에 공감하고 실행 의지를 다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 내부 승인: 경영진/이사회 승인, 전 직원 설명회
- 외부 공개: 홈페이지 공개, 투자자 설명회, 언론 소통
- 검증: SBTi 목표 제출, 제3자 검증, 이니셔티브 가입
5단계: 실행 및 모니터링 (지속적)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한 선순환 구조 구축이 필요합니다.
- 정기 모니터링: 분기별 점검, 연간 성과 평가
- 계획 업데이트: 5년마다 전면 재검토, 연간 변경사항 반영
- 이해관계자 소통: 진행상황 공개, 주주총회 보고, 협력 강화
5. 국내 공시 요구사항 및 실행 과제
ISSB 기준 대응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ISSB 기준(IFRS S1, S2)에 대비해야 합니다.
- 적용 시기: 2025년 자산 2조원↑ 상장사, 2026년 중견기업 확대
- 핵심 요구사항: 거버넌스, 전략(전환계획), 리스크 관리, 지표/목표
- 대응 전략: 기존 TCFD 체계 활용, 전환계획 중심 통합 공시
주요 실행 과제
실제 실행 시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 제약들과 해결방안입니다.
✔️기술적 과제
- 데이터 수집: Scope 3 데이터 수집 어려움 → 단계적 접근, 공급업체 협력
- 목표 설정: 적절한 목표 수준 → 시나리오 분석, 업종별 벤치마킹
- 기술 한계: 탈탄소 기술 성숙도 부족 → 정부 지원 활용, 공동 R&D
✔️조직적 과제
- 부서 간 협력: 사일로 구조 → 전사 TF, 기후 성과 기반 평가
- 변화 관리: 조직 저항 → 경영진 리더십, 교육/인센티브
- 전문성 부족: 인력 부족 → 외부 전문가 활용, 역량 강화
✔️재무적 과제
- 투자 우선순위: 예산 제약 → 비용 효과성 분석, 정부 지원 활용
- ROI 측정: 단기 수익성 어려움 → 장기 관점, 리스크 절감 효과 포함
- 자금 조달: 대규모 투자 → 녹색채권, ESG 대출 활용
6. 성공 사례와 실무 체크리스트
국내 선도기업 사례
- SK하이닉스: 반도체 업계 최초 RE100 가입, 공정 효율 개선과 재생에너지 도입 병행
-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로 철강업계 패러다임 전환 시도
- 현대자동차: 전동화 중심의 모빌리티 생태계 전환 전략
실무 체크리스트
즉시 시작 (1개월 이내)
- 현재 배출량 현황 파악
- 전환계획 수립 TF 구성
- 동종업계 모범사례 벤치마킹
-
단기 완료 (3개월 이내)
- Scope 1, 2, 3 배출량 산정
- 시나리오 분석 실시
- 기본적인 감축 목표 설정
-
중기 완료 (6개월 이내)
- 상세 실행계획 수립
- 재무계획 수립
- 거버넌스 체계 구축
-
장기 완료 (12개월 이내)
- 전환계획 공개
- SBT 목표 승인
- 첫 번째 진행상황 보고
“실행력이 핵심”
기후대응 전환계획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2025년부터 시작되는 의무공시를 앞두고, 기업들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성공을 위한 핵심 원칙
1.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 전환계획은 환경팀만의 업무가 아니라 CEO부터 이사회까지 전사적 차원의 의지가 필요
2.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 완벽한 계획보다는 현재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고도화
3.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 소통: 투자자, 고객, 공급업체, 직원 등과의 지속적 소통으로 계획의 신뢰성 확보
4.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 정기적인 점검과 업데이트를 통한 계획의 실효성 유지
기후 위기는 지구적 차원의 도전이지만, 동시에 우리 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전환계획을 통해 이 도전을 기회로 전환시켜 나가시기 바랍니다.